아이를 키우며 참 많은 ‘엄마들’을 만난다.
등원길에서 스치듯 건네는 인사,
단톡방의 짧은 말투 속에 담긴 미묘한 분위기,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도 있고,
괜히 마음의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도 있다.
한때는 이런 모든 관계가 참 어렵게 느껴졌다.
단톡방에서 대화가 한창일 때,
나만 말없이 화면만 보고 있는 것 같아
혼자 외로운 기분이 들기도 했고,
누구 아이가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우리 아이와 나까지 작은 비교 속으로 빠져들었다.
엄마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애쓰던 시절에는
육아보다 이 관계가 더 힘들게 느껴지던 날도 있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너무 많은 의미를 스스로 얹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깨달았다.
모든 엄마들과 친해야 하는 건 아니구나.
우리는 그저 같은 시기에,
같은 자리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일 뿐.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있고,
조용히 오래 머무는 인연도 있을 뿐이라는 걸.
가볍게 인사하고,
기본 예의를 지키고,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이면
이미 충분히 괜찮은 관계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엄마들은 모두 친해야 한다’는 힘을 내려놓자
내 마음은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힘을 빼고 나니까
내게 편안한 엄마들이
조용히,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아이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눌 수 있고,
단톡방에서 말실수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서로 눈빛만 봐도 “오늘 좀 힘들었지?” 알아주는 그런 사람들.
이 관계는 애써 만든 게 아니라
흐르듯 다가온 인연이어서
더 따뜻하고 편안했다.
그래서 오늘 일기에 이렇게 적어본다.
“엄마들 관계는 노력해서 붙잡는 게 아니라
나답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을 사람은 남는구나.”
맞지 않는 관계는 억지로 이어갈 필요 없고,
부담되는 자리는 가지 않아도 괜찮고,
나와 아이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황이라면
부드럽게 거리를 두는 것도 충분히 선택지가 된다.
엄마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또 생각보다 강하다.
그 안에서 결국 나를 지켜주는 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애쓰음이 아니라
내 마음의 안정, 그리고 나답게 서 있는 힘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마음속에 말해본다.
“부담은 내려놓고, 나답게.
마음 맞는 엄마들과는 따뜻하게.”